친구 할머니댁이 비었다
간소하지만 야물게 정리된 살림살이가 할머니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젠 깨끗한 병원에서 쓸고닦을 살림살이 없이 지내게 된 할머니

조용히 멈춰버린 할머니의 집에서 
다시 쓰일 아이들을 꺼내 늘어놓으니 다시 한가득이다


오렌지색 밥그릇은 소격동부엌의 주방선반에 환하게 자리잡았고
스텐양푼에는 매일아침 분홍소세지에 입힐 계란을 푼다 
손때로 반들반들하게 닳아버린 뒤집개는 그냥 놓고 보기만해도 예쁘다


2010 04 충남 공주 계룡면